2025년 현재, 국내 은행권에서는 역대급 순이익에도 불구하고 신입사원 채용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불황형 고용 감축’이라고 해석하지만,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이 아니라 산업 자체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적이 좋아도 왜 사람을 더 뽑지 않을까? 은행들은 과연 어떤 전략으로 인력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 흐름은 향후 어떻게 전개될까?
1. 실적 호황 속 채용 축소, 무엇이 문제인가?
2024년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 중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은 모두 신입사원 정기 채용 인원을 줄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신한은행은 2023년 137명에서 2024년 102명으로 약 25% 감소했고, 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500명에서 382명으로 줄었다. 하나은행 역시 441명에서 384명으로 인원을 축소했다. KB국민은행은 거의 비슷한 수준(254명→260명)을 유지했고, NH농협은행만 유일하게 대규모 채용(480명→1260명)을 진행했다. 그러나 농협은행의 채용 증가는 향후 채용 계획을 앞당긴 결과로, 일시적 현상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와중에도 인력 채용이 위축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은행의 수익성과 인력 운용 전략은 이제 더 이상 정비례하지 않는다. 디지털 뱅킹의 확대, 비대면 금융 서비스 중심의 조직 재편, 그리고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 도입 등으로 인해 전통적인 ‘지점 중심’ 인력 구조가 해체되고 있는 것이다. 은행이 ‘사람을 줄이면서도 효율을 높이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2. 인터넷은행은 신입보다 경력직이 우선
특히 인터넷 전문은행(인뱅)들의 채용 방식은 더욱 극명하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5년간 정기 신입 채용을 전혀 진행하지 않았고, 케이뱅크는 2022년 26명에서 2024년 8명으로 감소했다. 토스뱅크는 2023년과 2024년 각각 단 1명씩만 신입을 뽑았다. 반면 경력직 채용은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카카오뱅크는 2024년에만 264명을 경력직으로 채용했고,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도 각각 104명, 226명을 경력직으로 선발했다.
이러한 현상은 인터넷은행의 운영 구조에서 기인한다. 기존의 지점 운영과 창구 중심의 은행 모델이 아닌, 기술 중심의 서비스 구조에서는 프로그래머, 기획자, 데이터 분석가 등 고숙련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즉, 신입을 교육시켜 전환하는 대신 이미 역량이 검증된 경력자를 채용해 ‘즉시 전력화’하는 것이 인뱅의 인사 전략이다. 이는 ‘성장보다는 실효’에 초점을 맞춘 조직 운영의 전형적인 예로 볼 수 있다.
또한 카카오뱅크는 공개채용 대신 수시채용과 채용 전환형 인턴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해당 제도를 통해 73명의 신입 인재를 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조차도 전체 채용 규모에 비해선 극히 적은 비율로, 경력 위주의 채용 전략이 뚜렷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3. 디지털 전환이 바꿔놓은 채용 패러다임
은행 채용 축소는 단순한 경제지표 이상의 함의를 담고 있다. 특히 디지털 전환이 은행 업무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필요한 인력의 ‘종류’와 ‘양’이 달라진 것이다. 과거에는 전국 지점을 중심으로 창구 직원, 사무 인력이 대거 필요했지만, 2025년 현재 은행 지점은 지속적으로 통폐합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업무는 모바일 앱과 웹 기반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은행의 비용 구조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인건비는 여전히 은행 고정비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줄이기 위해선 인력 자체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정기 공채를 통한 대규모 신입 선발은 비효율적으로 간주되며, 수시채용과 IT 기반 자동화로 대체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AI 상담원, 자동 대출심사 시스템, 챗봇 기반 고객 응대 등 다양한 기술 도입은 과거 수십 명이 처리하던 업무를 단 몇 명의 운영 인력과 기술로 대체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신입 채용’은 더 이상 필수 요소가 아닌 선택 사항으로 전락하고 있다.
4. 앞으로의 채용 전략은 어떻게 바뀔까?
앞으로도 은행의 신입 채용은 제한적인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대신 경력직 수시채용과 인턴-전환형 채용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이는 금융권뿐만 아니라 전체 기업 채용 트렌드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으며, 취업 준비생들도 이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또한 이 같은 변화는 고등교육과 직무교육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순한 ‘스펙’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직무역량과 현업 투입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중심 교육과 프로젝트형 평가가 증가하고 있다. 대학 역시 전통적인 이론 위주의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현장 중심형 실무 교육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년 구직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업 문이 좁아졌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지만, 반대로 기업과 인재 간의 ‘질 높은 매칭’이 가능해졌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결국 지금의 채용 구조 변화는 불가피한 시대적 흐름이며, 그 안에서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이 될 것이다.
2025년 은행권 채용 축소는 디지털 전환과 경력 중심 인사 전략이라는 두 가지 큰 흐름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그 방향은 명확하다. 신입 취업준비생이라면 단순히 ‘정기 공채’에 기대기보다는 변화하는 시장 구조를 이해하고, 나만의 경쟁력을 갖추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