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고물가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점심 한 끼도 만 원을 넘기기 일쑤고, 장을 한번 보면 5만 원이 훌쩍 넘는다. 이런 시대에 ‘1,000원이라도 아끼자’는 실속 소비 바람이 불면서 다시 조명을 받는 장소가 있다. 바로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 위치한 ‘경동시장’이다. 한때는 어르신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2030 세대도 즐겨 찾는 트렌디한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전통시장, 재래시장, 그리고 소비 트렌드라는 키워드로 경동시장이 왜 ‘핫플’이 되었는지 자세히 살펴본다.
불황 속 전통시장의 부활, 그 중심엔 ‘경동시장’
예전에는 전통시장이라고 하면 비좁고 어수선하며, 나이 많은 세대가 이용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지금의 경동시장은 다르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경동시장은 서울 최대 규모의 한약재 및 농수산물 시장으로, 1960년대부터 운영돼온 긴 역사를 지닌 곳이다. 그럼에도 최근 몇 년 사이, 특히 2024년 하반기부터 이곳을 찾는 방문객 수는 급증하고 있다. 주요 원인은 역시 ‘물가 상승’이다.
대형마트와 비교했을 때, 경동시장에서 판매되는 식자재는 평균 20~30%가량 저렴하다. 채소와 과일은 물론, 정육과 생선까지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나다는 평이 많다. 예를 들어 시금치 한 단이 마트에서는 3,500원이지만 경동시장에선 2,000원 정도로 구입할 수 있다. 양파, 감자, 고등어, 돼지고기 등 식탁의 필수 식재료들이 마트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예산으로 더 풍성한 식단’을 구성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전통시장이 지닌 정(情)의 문화도 주목할 만하다. 단골에게는 덤을 얹어주는 상인의 인심, 가격 흥정을 통한 유대감, 그리고 무엇보다 직접 눈으로 고르고 만져보고 살 수 있는 체험형 쇼핑이 MZ세대에게 신선하게 다가온다. SNS상에서도 “마트보다 싸고 사람 냄새 나서 좋다”는 후기가 쏟아지고 있으며, 이는 전통시장의 부활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재래시장, 다시 찾는 이유는 ‘가성비’와 ‘편의성’
‘재래시장’이라는 단어는 과거에는 불편하고 낡은, 비위생적인 공간이라는 인식을 동반했다. 하지만 지금의 경동시장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가격표 부착’이다. 이전에는 상인과 가격을 흥정해야 했지만, 이제는 많은 점포들이 정찰제를 도입해 가격이 공개되어 있어 부담이 없다. 이 점은 특히 흥정에 익숙하지 않은 2030 세대에게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편의성 측면에서도 경동시장은 진화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서울시와 시장 상인회는 시설 현대화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으며, 그 결과 깨끗하고 넓은 통로, 정돈된 점포 구조, 그리고 현대식 냉장·냉동 설비가 곳곳에 설치되었다. 위생 상태도 눈에 띄게 좋아졌으며, 상인들 역시 위생교육을 정기적으로 받는다. 이러한 변화는 경동시장을 단순히 '싼 곳'이 아닌, '믿고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주었다.
무엇보다도 디지털 환경에 대한 수용도 높다. 카드 결제는 기본이고, 간편 결제 시스템까지 도입되어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등으로도 결제가 가능하다. 일부 점포는 SNS 홍보와 배달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런 변화 덕분에 이제는 “재래시장 간다”고 말하면 ‘어르신’이 아닌 ‘트렌디한 소비자’로 인식되는 시대가 됐다.
실속 소비 트렌드, MZ세대도 경동시장으로
지금의 MZ세대는 소비에 있어서 이전 세대보다 훨씬 합리적이다. 단순히 ‘브랜드’보다는 ‘가성비’, ‘경험’, ‘컨텐츠’를 중시하는 그들은 이제 전통시장을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경동시장을 찾는 젊은 소비자들은 단순히 장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콘텐츠를 만들고, 체험을 하고, 일종의 힐링을 위해 방문한다.
SNS와 유튜브에는 “경동시장 브이로그”, “시장 장보기 콘텐츠”, “할머니와 함께 시장 데이트” 등 다양한 콘텐츠가 넘쳐난다. 시장에서 직접 재료를 고르고, 돌아와서 요리하는 영상은 수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또 다른 '시장 붐'을 조성하고 있다. 실제로 이런 콘텐츠를 보고 경동시장에 방문한 20~30대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상인들 역시 “요즘은 젊은 손님이 더 많다”고 말한다.
이러한 트렌드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서, ‘전통시장 르네상스’라 불릴 정도로 강력한 소비 문화의 전환점을 보여준다. ‘1000원이라도 아끼자’는 실속 소비는 이제 단순한 절약이 아닌, 하나의 가치 소비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경동시장은 이 흐름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현장이며,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로 소비자들과 교감하며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고물가 시대의 위기를 기회로 바꾼 대표적 사례가 바로 경동시장이다. 과거의 올드한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실속, 편의성, 경험적 가치까지 갖춘 경동시장은 이제 전 세대가 사랑하는 소비 공간으로 떠올랐다. 1,000원이 아쉬운 요즘 같은 시기에, 진짜 알뜰하고 만족스러운 소비를 원한다면 한 번쯤 경동시장을 직접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 생각보다 훨씬 더 풍성한 장바구니와 따뜻한 사람 냄새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