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즐기는 아마추어라면 한 번쯤 벙커에서의 난관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그린 근처까지는 잘 왔지만, 벙커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스코어를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 글에서는 PGA, KPGA, JGTO에서 통산 15승을 올린 배상문 프로가 전하는 벙커샷 비법을 정리해본다. 특히 “폴로스루를 없다고 생각하고 임팩트에 집중하라”는 조언은 많은 골퍼에게 새로운 인사이트가 될 것이다.
1. 폴로스루보다 중요한 건 ‘강력한 임팩트’
배상문 프로는 벙커샷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폴로스루(follow-through)가 아닌 임팩트라고 강조한다. 일반적인 샷에서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팔로우스루가 중요하지만, 벙커에서는 다른 원리가 작용한다. 그는 “임팩트가 마지막 동작이라는 생각으로 스윙하라”라고 조언한다. 즉, 샷의 완성은 임팩트 순간이며, 이후의 동작은 크게 의미 없다는 것이다.
특히 벙커에서 공을 ‘퍼올리는’ 방식은 절대 금물이다. 퍼올리려는 동작은 공의 부상을 의식하게 만들고, 이는 스윙 궤도를 흔들리게 한다. 대신 배상문은 내려치는 V자형 스윙을 제안한다. 백스윙을 충분히 해 가파른 각도로 내려치면 모래를 충분히 파고들 수 있고, 이때 공이 자연스럽게 탈출한다. 퍼올리는 것이 아닌, 모래를 폭파한다는 느낌으로 스윙하는 것이 핵심이다.
2. 거리와 상황에 따라 공의 ‘뒤’를 공략하라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벙커샷에서 실수하는 이유는 공을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 쳐야 할지 몰라서다. 이에 대해 배상문은 간단한 기준을 제시한다. 일반적으로는 공 1개에서 1.5개 뒤를 쳐야 한다.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그린과 홀 사이의 공간이 좁은 경우에는 1개 뒤를, 공간이 넓다면 1.5개 뒤를 타격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공을 직접 맞추지 말 것이다. 임팩트는 공 자체가 아닌, 공의 뒤쪽 모래를 치는 것이 목적이다. 그 과정을 통해 모래가 공을 밀어내며 탈출을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타격 지점과 클럽의 방향, 힘 조절이 중요하다. 아마추어 골퍼는 이 기준만 잘 지켜도 벙커샷 성공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3. 경사면 대응법: 어드레스 조절이 핵심
벙커에서도 다양한 지형이 존재한다. 특히 오르막이나 내리막 벙커에서는 스탠스만 잘못 잡아도 ‘뒤땅’ 혹은 ‘토핑’ 실수가 자주 발생한다. 이에 대해 배상문은 스윙을 하기 전, 어드레스를 지형에 맞게 조절하라고 강조한다.
오르막에서는 어깨와 골반을 경사에 맞춰 자연스럽게 기울여야 하고, 내리막에서도 마찬가지로 신체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어깨와 골반이 경사면과 일직선이 되도록 하면, 클럽이 경사에 맞게 자연스럽게 임팩트를 줄 수 있다. 특히 경사를 무시하고 평지에서 하듯 셋업을 하면 클럽이 공에 제대로 닿지 않거나 예상과 다른 궤적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배상문은 짧은 거리에서도 백스윙은 충분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작은 백스윙은 강한 임팩트를 만들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힘보다는 궤도와 스윙의 깊이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 셈이다.
4. 난이도 최상 ‘에그 프라이’ 벙커샷, 이렇게 해결하라
마지막으로, 프로 선수들도 긴장하게 만드는 ‘에그 프라이(Egg Fry)’ 상황, 즉 공이 모래에 박힌 경우에 대한 팁이다. 일반적인 벙커샷에서는 클럽 헤드를 열고 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에그 프라이 상황에서는 헤드를 살짝 닫고 임팩트를 강하게 해야 한다. 공이 완전히 모래에 묻혀 있기 때문에 부드러운 스윙보다는 짧고 굵은 스윙이 필요하다.
헤드를 닫으면 클럽 페이스가 모래에 더 깊게 파고들고, 이는 박힌 공을 더 쉽게 빼낼 수 있게 해준다. 이 경우에도 스윙 궤도는 여전히 V자로, 백스윙은 작더라도 다운스윙은 강하게 가져가야 한다.
결론
배상문 프로의 조언은 벙커샷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준다. 폴로스루에 집중하는 대신, 임팩트 순간의 정확성과 강도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는 벙커샷 성공률을 높이는 핵심 비결이다. 또한 공의 위치, 경사, 샷 상황에 따라 미세하게 전략을 바꾸는 것이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만든다.
이제는 벙커에 빠져도 당황하지 말자. 배상문의 팁을 기억하고 실전에서 활용해 보자. '벙커샷의 달인'이 되는 길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